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되기 전 출판된 수필 형식의 책이다.평소 김대중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생각들 중 '여성'과 관련된 것들을 모아 놓았다. 자그마한 이야기들에서 김대중 대통령 특유의 소박함과 문제의식, 삶에 대한 자세들이 커튼이 살짝 열린 창처럼 보여진다.
김대중 대통령을 만든 사람은 이희호 여사란 말이 있을 만큼 이희호 여사가 김대중 대통령의 인생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김대중 대통령은 실제로 아내를 매우 존경하면서 사랑했던 모양이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첫 아내분과 이희호 여사를 통해 생각건데 김대중 대통령은 매우 똑똑하고 활동적인 여성에 애정을 느꼈던 듯 하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재미있는 뒷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전두환이 "대통령직을 빼놓고는 원하는 자리를 주겠다"는 유혹과 "동참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위협을 가했을 때 인간인지라 두렵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는데 자신이 뜻을 굽힐 경우 이희호 여사에게 버림받으리라는 생각에 거부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이희호 여사가 가졌던 영향력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재미있는 뒷이야기는 둘째 며느리 이야기였다. 둘째인 홍업이 80년대 초반 연애를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여자친구는 5공 정권의 고위간부의 딸이었다.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으로 망명을 가면서 유학을 원했던 홍업을 데리고 떠났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곧 잊혀지고 헤어짐의 아픔도 사라지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후 미국에서도 안타깝게 전화를 계속하는 아들을 보면서 어떻게라도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주변 사람들과 상의를 하였다. 그러다 마침내, 그 여자분의 아버지가 전두환을 직접 찾아가 자신의 딸이 김대중의 아들과 만나고 있는데 어떻하면 좋겠냐고 물었다. 이에 전두환은 껄껄 웃으며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둘이 결혼시키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여자분은 김대중 대통령의 둘째 며느리가 되었다.
이 일에 대하여 김대중 대통령은 전두환에게 인간적인 고마움을 느꼈다고 적고 있다. 자신을 죽이려 하고 박해했던 인물에게 '인간적인 고마움'을 느꼈다는 점은 단지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책에 으레 쓰는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권력'을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고인의 인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전두환이 김대중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들이 가장 행복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냥 빈말로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람 자체를 미워하지 않는 것, 원수에게서도 인간의 면모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고인의 인격과 그릇 크기가 아니었나 싶다.
2009년 8월 31일
목차
제1장 나는 로맨티스트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 문자향이 그리운 시대
미인(美人) - 한국 여인의 아름다움
낡은 타자기, 시계 그리고… - 내 인생의 선물
20대의 사랑, 이런 남자와 결혼하라 - 사랑과 결혼의 의미
‘자연’스럽게 삽시다 - 꽃, 거미, 새 이야기
넥타이를 맬 때마다 - 멋과 스캔들
제2장 내가 사랑한 여성어머니, 그 모든 사랑의 시작 - 나의 어머니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 나의 짝사랑
짧은 행복, 긴 이별 - 아름다웠던 여인, 차용애
경상도 며느리, 전라도 시아버지 - 나의 세 며느리
딸이라서 못하는 것 없어요 - 우리집 장손주 지영이
친구에서 아내로, 아내에서 다시 친구로 - 새로운 인생을 펼쳐 준 아내, 이희호
제3장 문화가 산책
부부가 동료여야 하는 시대 개막 - 드라마 「애인」을 보고
선택 앞에 선 그대에게 - 이문열의 『선택』을 읽고
살찌는 독서법 - 나의 독서 이야기
서중유미인(書中有美人) - 책 속에서 만난 여인들
충무로에서 - 나의 영화이야기 1
앵글에 담아 낸 페미니즘 - 나의 영화이야기 2
담배 피우는 여자를 위하여 - 손숙의 모노드라마를 보고
제4장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
마음으로 만난 사람들 - 코라손 아키노, 아웅산 수치
이렇게 생각합니다 - 역대 대통령 부인들에 대한 단상
정치보다 어려운 웃음 만들기 - 개그우먼 이성미, 김미화
두 얼굴을 가진 신세대 - 발해를 꿈꾸는 아이들
가시나무에 핀 꽃 한 송이 - 가수 인순이
빚을 많이 진 한국 남자들 - 어느 외국인 修士와 나눈 이야기
제5장 온전한 세상의 반쪽을 위해
1996년 겨울, 구로공단에서 - 한국 여인의 일생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따를 것인가 - 한 신문 기사를 읽고
우체통 거리에 탁아소를 - 일하는 여성과 육아
‘부엌데기’에게서 사회의 근본을 구하다 - 주부와 자녀 교육
뛰는 물가 위에 나는 주부 있다 -물가 이야기
반성해야 할 거짓 남성 - 여성상위시대의 자발적인 공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