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수입을 전면 허하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한 논의는 축산농가의 피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기 보다는 '광우병 위험'에 초점이 맞추어 논의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축산 농가는 남의 일이고 광우병은 나의 일이니 광우병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자고로 사람이란 '자신의 이익'이 결부되어 있을 때 움직이는 것이 아니던가. 특히나 바빠서 자식 얼굴 볼 시간도 없는 한국 사회에서 남의 일까지 신경 쓰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넷 상에서 이슈가 되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광우병 위험은 낮다. 오바하지 마라. 나의 위험은 내가 감수할테니 수입해라'
                                   vs
'나는 광우병 무섭다. 게다가 급식, 가공식품 등을 통해 나 또는 내 가족이 모르고 먹게 될 가능성이 높으니 더욱 불안하다.'
로 대립되는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소비자가 알아서 선택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광우병의 위험성에 대한 데이터는 찬반측 모두 확실해 보이진 않는다. 해석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니 말이다.

양측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할 건가 말건가'에 대해 싸우고 계신데, 양측을 모두 만족시키는 대안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금지나 허가'가 아니라 '전세계 쇠고기 전면 개방'이 답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차피 축산 농가의 생존에 대한 논의는 물 건너갔다는 전제 하에, 이왕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소비자를 위해서는 "쇠고기 전면 개방"이 소비자를 위한 것이다.
미국만 무관세로 수입할 게 아니라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도 쇠고기를 죄다 무관세로 수입해 주어야 한다.

자본주의의 장점이라고 일컫는 게 뭔가. 다수의 공급자들이 있을 때, 저희들끼리 박터지게 경쟁하다 보면 효율성이 증대된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면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미국 쇠고기 공급자가 한국에서 한우와 경쟁하여 독점적인 이윤을 보게 할 것이 아니라 호주 쇠고기, 아르헨티나 쇠고기, 알버타 쇠고기 등과 제대로 경쟁하게 해 줘야 하는 것이다.

만약 아르헨티나 쇠고기가 동물성 사료를 쓰지 않는다는 소문이 나면 도가니탕은 미국 쇠고기 보다는 아르헨티나 쇠고기를 써 주시겠고, 호주 쇠고기에서 뇌 및 뼈 조각이 나왔다더라 라는 뉴스가 나오면 알버타 산을 먹든 미국산을 먹든지 할 것이다. 이들이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의 눈치를 보면서 경쟁할 때, 이들이 쇠고기를 수출할 때 품질 검사를 보다 엄격히 할 것이며 소비자는 보다 많은 대안들 사이에서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진정한 선택권을 주려거든, 정부는 원산지 표시에 대한 규정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음식점에서는 '우리 쇠고기는 호주산입니다' 따위의 표시를 명확하게 하고 어길 시 영업 정지 및 벌금을 제대로 때려 주셔야 되겠고, 군대 및 학교 급식 시에는 '쇠고기 덮밥_미국산" 표시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닭고기, 돼지고기 따위의 선택권을 주어야 할 것이다.

적발은 어떻게 할거냐란 문제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럴 때면 우리 정부께서 좋아하시는 파파라치가 있지 않은가. 원산지 표시를 어기는 업소를 발견, 신고시 보상금 1000만원쯤 해 주시면 되겠다.

이렇게 하면 값싼 쇠고기를 원하는 분들도 만족시키고, 미국산 쇠고기의 잠재적인 광우병 위험이 걱정되시는 분들도 대안을 선택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다.

전세계 쇠고기 전면 개방 및 원산지 표시 대폭 강화, 대체 급식 따위를 비용이 없거나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안하겠다면, 이건 미국 축산업자의 이익을 한국 내에서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지, 값싼 쇠고기로 국민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 주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by 耕哲 | 2008/04/27 02:39 | Note | 트랙백 | 덧글(5)

트랙백 주소 : http://cultivate.egloos.com/tb/4318925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耕哲 at 2008/04/27 02:43
이런 글은 반쯤은 농담으로 쓰는 것입니다...
Commented by 모과 at 2008/04/27 04:14
"그렇잖아도 전세계와 무관세 무역을 하려고 하는 중입니다."라고 해버리면... -_-;;
Commented by 동우 at 2008/04/27 15:20
아참. 한우농가에 대해서도 이런 말을 하더군. 한우가 더욱 비싸지고 고급화되면, 미국 소고기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더욱 많은 이득을 남길 수 있을거니 농민들은 걱정하지 말라던데. 진짜 의도는 무엇일까.
Commented by 동우 at 2008/04/27 15:52
공정무역의 이데올로기가 자유무역이라는 속임수를 뒤엎게되는 완전시장은 정말 케인즈 말마따나 '모두가 죽고나면' 생겨나게 될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 한미FTA는 비열한 속임수야. 가장 좋지않은 것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다자간무역기회를 박탈시키고 더욱 더 미국경제에만 종속시켜 준선진국의 위치를 가진 영원한 미국의 꼬봉으로 만들려는 의도가 (매우) 다분하다는 점이 아닌가 싶다. 한 나라와만 일방적인 면세조건등이 붙은 무역협상을 체결한다는 것은 결국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대해 배타적 무역장벽을 쌓는다는 의미가 되기 쉬운 점도 생각해보자면, 이 FTA를 통해 우리가 다자간무역으로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을 너무 쉽게 포기하는 면도 무시할 수 없고. 분명 이 무역협정으로 인해 커져만 가는 인도, 중국시장에 대해 접근용의성이 제한되는 면도 분명히 있을테고. 이런 식으로 더욱 더 미국에 종속되어가면 갈수록 우리나라의 처지는 어떤 주보다 충실하지만 결코 미국이 책임지지 않는 51번째 주가 되지 않을까? FTA라고 부르지말고 싸우스코리아에 대한 미쿡의 무역권리보장협정서 뭐 이런 걸로 불러야 하지 않나. 일팔. 이 중요한 시기에 명박씨를 뽑아놨으니 리얼리 어이할꼬. 아이티에선 진흙쿠키를 구워먹는데 그나마도 너무 비싸서 못사먹는다더군.
Commented by 耕哲 at 2008/04/28 15:36
모과/ 우리는 관세를 안받을 수 있지만 상대국이 관세를 면제해 주진 않을 거기 땜에 안되겠지? ㅎㅎ

동우/ 그냥 생각나는 대로 하는 말일 뿐 무슨 의도가 있다고 보진 않아.
진짜 한우가 고급화되고 비싸져서 축산농가가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쳐도 그 때까지 살아 남을 축산농가가 있을 지를 고민해줘야 되는데 그냥 무작정 걱정 말라니 위로도 안되고...

한미 FTA의 득실은 나로서는 따지기 어렵지만 적어도 협상의 측면에서는 아마추어에도 못 미치는 듯 해. 국민의 반발도 적당히 끌어내면서 '정부가 이만큼 하는 것도 힘들다. 국민들을 봐라, 들고 일어날 기세다.' 이러면서 좀 더 받아내고 해야 될텐데 주지 못해서 안달이니-_-;;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