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8월 13일
잠수복과 나비

2008년 7월 14일 월
비행기는 잠자는 사람, 앉아있기 지루하여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어수선하다.
어두컴컴한 실내. 하지만 창문을 열면 환한 낮이다.
얼마 전 Berring해를 건너며 날짜 변경선을 지났으니 이제 화요일이 되겠구나.
비행기 안에서 '잠수복과 나비'를 읽었다.
전 Elle의 편집장 '장 도미니크 보비'는 1995년 12월 마흔 셋의 나이에 갑작스러운 뇌졸증을 맞았다.
의식불명의 상태로 3주 있다가 깨어났을 때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왼쪽 눈꺼풀 뿐이었다.
먹을 수도 없고, 자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낙담과 절망으로 침잠하지 않고 왼쪽 눈꺼풀을 깜박여 하루에 반쪽 분량씩 글을 써내려갔다.
15개월 동안 써내려간 '잠수복과 나비'는 1997년 3월 첫째 주 서점에 선보였고 자신이 쓴 책을 보고 난 그는 3월 9일 세상을 떠났다.
두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어서 썼다는 그의 책. 아이들에 대한 사랑으로 써내려갔다는 그는 책이 출판되자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이 마지막 책을 위해 남은 생명을 붙들고 있었던 듯 하다.
모든 신체기능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있을 때 정신만 온전하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독방에 갇힌 죄수들도 정신착란에 이르는데 침을 삼킬 능력마저 상실한 그는 어떠했을까.
그럼에도 그의 글에 절망이나 원망, 분노가 비쳐지지 않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눈을 깜박여 알파벳 한 글자씩 쓰는 상황에서 분노나 원망을 표현할 여유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더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쏟았어야 했을 것이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인생은 다를 바 없다.
더 많이 사랑하고 공부하고 감사할 수밖에 없다.
어느날 나에게도 다가 올 영원의 안식 앞에서 지금 살아 숨쉬는 이 세상에 의미를 주고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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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8/13 02:10 | Not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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