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 스티브 잡스


변덕이 죽끓듯 하고, 신의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고, 계약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제 것인양 하는 사람이 존경과 찬사를 받을 수 있을까?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마저 서슴없이 저지르곤 하는 사람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그 면에서 Steve Jobs는 유별난 재능을 타고 난 셈이다.

백가지 단점이 한 가지 장점에 가리우듯 지독한 질투심과 멋진 무언가를 보여주겠다는 열정적인 의지는 그의 모든 성격적 결함이나 인간관계의 수많은 오점들을 밝은 태양 아래 더욱 까만 그림자 정도로 생각하게 만든다.

스티브를 이룬 것은 '비전'과 '오만함'이다. 만약 그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오만은 치기어림에 지나지 않았겠지만 그는 주변 사람들을 독려하여 결과를 만들어 낼 줄 아는 훌륭한 능력을 지녔다.

스티브의 '오만함'이 단지 잘난 체 하고 성공에 도취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스티브의 행동을 보면 그가 "정말로" 그렇다고 믿지 않고서는 할 수 없을 만한 일들이 눈에 띈다.
현실을 무시한 개발일정이나, 조그만 상자 안에 모든 기능을 넣으라는 요구 등, 정말로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치 않고서는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끝까지 요구할 수 없다.
스티브가 자주 남의 아이디어나 결과물을 자기가 생각하거나 완성한 것처럼 했다는데, 내 생각엔 남의 공을 가로채기 위해 그랬다기 보다는 정말 자신이 했다고 '믿었을' 것 같다. 자기 스스로가 믿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들의 내적인 충성심과 열정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도 그 맥락에 있다. 스티브 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은 매혹적이다. 청중을 흡입하는 그의 카리스마는 애플 광신도들의 찬양을 받는 교주의 모습으로서 손색이 없다. 스티브가 그런 열정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그것은 '확고한 믿음'이다. 설령 그것이 자기 기만일지라도 강력한 확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그런 자신만만함과 열의가 나올 수 없다.
기능면에서는 별로 나을 것이 없었던 iPod을 소개할 때도 iPod의 장점에만 집중하고 라디오라든가 녹음 기능이 없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고  액정조차 없는 iPod shuffle을 소개할 때도 대단한 것인양 자부심에 가득 차서 소개를 한다. 스스로가 자신이 소개하는 상품들이 대단하다고, 위대한 것이며 혁신적인 것이라는 진지한 믿음이 아니고서야 프리젠테이션 중에 에러가 발생하는 것을 무시할 만한 배짱이 나오기 어렵다고 본다.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의 열의를 이끌어 내고 그들이 미친 것 마냥 일할 수 있도록, 그가 내세운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그의 지독한 확신 뿐이었을까?

나는 '적합한 사람'을 선발했다는 점을 들고 싶다.
도전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들을 팀원으로 만들고 그들이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주지시켰다. 쫓기는 개발 일정과 스티브의 끝없는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면서도 그가 보여주는 비전 - 우리는 정말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 -은 문제 해결의 열망에 사로잡힌 이들이 한계치까지 일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한다.


이러한 자기확신과 강렬한 비전이 인간관계에서 문제와 결합하여 외적으로 오만함의 극치로 보이고 보는 이들에게 역겨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오만함이 매력이고 그 오만함을 빼면 그렇게 도전했던 그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가정을 이루고 나이가 들어 많이 수그러 들었다 할 지라도.

무언가 위대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 기만에 가까울 정도의 자기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가끔 한국인의 겸손함 보다 미국인의 뻔뻔함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때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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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耕哲 | 2008/08/22 01:57 | Not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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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모과 at 2008/08/28 00:37
대신 뭉치면 극도로 뻔뻔해짐. ㅎㅎ
놀러 오라는 건 홈피에 오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 오라는 얘기였음.
Commented by joon at 2008/08/28 01:00
이거 쓰면서 마무리가 참 어려웠다. 스티브 잡스처럼 오만함과 자신감은 가졌으되 그것이 심각한 단점이 되는 분이 생각나서...
말을 듣고 보니 한국인의 겸손함이란 말도 이제 옛날 얘기인 듯 싶네.
Commented by 모과 at 2008/08/28 21:37
오만함과 자신감은 능력 못지 않게 매력이 뒷받침 되어야만 힘을 발휘하니 그닥 그분 신경 안 써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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